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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제41회 '장애인의 날'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주교 담화문

관리자 | 2021-04-13 | 조회 2505

 

<41장애인의 날담화문>

 

 

장애인·비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찬미예수님!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희망과 용기의 선물을 가득 내려주시길 빕니다.

 

420일은 제41회 장애인의 날입니다. 주님께 의지하여 열심히 생활하시는 장애인 교우 여러분께 특별한 주님의 강복을 빕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장애인복지와 관련하여 짧은 저의 소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이 과거 의료적 차원의 재활 패러다임에서 자립생활 패러다임으로 변화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개선 필요성도 점차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185월부터 직장 내 장애 인식개선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사회공동체의 대등한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복지기관 등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장애 인식개선 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여전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도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작년 12, 길거리에서 노숙하던 30대 발달장애인과 고독사한 60대 노모가 반년 만에 발견되었는데 그동안 아무도 몰랐다는 뉴스(MBC뉴스데스크, 2020.12.14.), 2019550대 장애인이 고독사한 뒤 한참 뒤 발견되었다는 가슴아픈 뉴스(KBS뉴스, 2019.08.28.) 등이 그런 현실을 웅변해줍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의 보완을 통해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 신자들 각자가 조금씩 더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본당과 삶의 자리에서 주변을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령화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등록장애인 258만여명 중에서, 65세 이상 장애인 수는 120만여명(46.7%)으로, 201340%대를 돌파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고령화 비율(14.76%)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장애인구 중 40% 이상이 노인이라는 의미는 이미 심각한 고령화가 진행됐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장애인 가구 구성을 보면, 1인 가구인 경우(26.4%)가 많습니다(한국장애인개발원, 2019). 이는 장애인의 고령화와 독거생활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과는 정반대로, 고령장애인이 지역사회의 재활시설을 이용하는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이용자격이 되지 않거나, 시설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아니면 아예 주변에 시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령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보호 서비스나 낮활동 서비스가 없거나, 있더라도 대기시간이 길고, 고령장애인에 대한 기피, 특히 중증고령장애인에 대한 기피 현상 때문에 이용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복지관의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은 성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노인복지시설의 경우 비장애 노인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아서, 고령장애인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인프라가 열악한 것이 현실입니다(한국장애인개발원, 2017). 이와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의 장애인은 뉴스에 보도된 문제와 관련된 어려움뿐만 아니라, 고령장애인의 경우, 장애와 고령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도 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기존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한계 등으로 인해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의 장애인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이들이 본당과 지역사회공동체 안에서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고 평범한 우리의 이웃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본당 사회사목분과를 비롯한 유관단체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이들이 겪고 있는 물질적·정신적 문제를 파악하여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활동에는 본당이 지역사회 내 복지시설과 연계하여 협력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각 본당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기피현상을 없앨 수 있는 장애인·비장애인 통합 사목활동에 대한 신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이 중요합니다. 모든 본당이 장애인과 함께하는 미사를 봉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본당에 편히 올 수 있도록 장애인편의시설이 확충되고 장애인을 평범한 우리 이웃으로 바라보는 본당 분위기가 마련되어지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모든 본당에 발달장애인 주일학교가 운영되고,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교리교육이나 비장애인 신자들과의 교류를 위한 공동체 활동 프로그램도 만들면 좋겠습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본당이 그런 사목을 펼치기 어렵다면, 적어도 각 지구마다 한 본당씩이라도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미사와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형 교리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올 한 해 동안 조금이라도 더 많이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연대하며 신앙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면 하느님 아버지께서도 기뻐하실 것이고 우리에게 풍성히 강복해 주실 것입니다.

 

다시 한번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유경촌 디모테오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