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문] 제42회 '장애인의 날'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주교 담화문
관리자 | 2022-04-07 | 조회 1346
<제42회 ‘장애인의 날’ 담화문>
장애인 가족의 손을 먼저 잡아주는 우리가 됩시다
찬미예수님!
제42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장애인 여러분과 모든 형제자매님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시길 빕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서 우리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장애인과 가족들은 더욱 힘든 상황에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일상생활 전반에서 상시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중증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고충은 더욱 클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생활을 하게 되면서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이 증가하기도 하고, 사회적 관계가 축소되거나 단절되기도 합니다. 돌봄의 기회가 줄어들고 복지시설의 이용이 제한되는 등 여러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초등학교 입학식 날 발달장애가 있는 8살 아들을 숨지게 한 어머니가 구속된 사건(KBS뉴스, 2022.03.04.)이나 20대 발달장애인 딸을 숨지게 한 말기암 환자인 어머니가 구속된 사건(SBS뉴스, 2022.03.04.) 등 잇따라 발생한 장애인 가족의 비극을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장애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의 정책이나 지원제도가 양적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매년 장애인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장애인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게 전적으로 전가시키는 현실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가족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장애인과 가족들의 이와 같은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장애인 돌봄 지원 정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공동체인 우리도 장애인과 가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무관심하거나 방관하기보다는 우리가 그분들의 입장에 서서 장애인과 가족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것을 찾고, 먼저 다가가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공복지서비스의 사각지대에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는 장애인 가족들이 우리 교구와 본당 공동체를 통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 본당에서는 교구의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산하 사회복지시설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본당 관할 지역 내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가족을 찾아, 그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효과적인 지원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장애인 돌봄·복지서비스 이용이 중단되거나 제한되어, 장애인 가족들의 돌봄 부담이 이전보다 더 증가하고, 그분들이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기에 장애인 가족들에게 각 본당이 삶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휴식 지원 공동체’, 지치고 힘든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심리·정서 지원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해준다면 좋겠습니다.
오랜 코로나19의 위협도 머지않은 시간에 종식되리라 믿습니다. 그러므로 장애인과 가족 여러분도 힘내시길 응원합니다. 무엇보다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장애인과 가족 여러분께 기쁨과 인내의 근원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다시 한번 주님 부활의 은총이 모든 장애인과 가족들 그리고 장애인 주일에 한마음으로 연대하는 모든 형제자매 여러분께 가득 내리시길 기도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