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오신 분들이 자립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재범(베드로, 63, 서울 잠실7동본당) 김경희(미카엘라, 62) 부부<사진>는 지난 12월 19일 새터민 청소년의 학비를 지원하는 ‘선교 200주년 장학회’에 1억 원을 전달했다. 부부는 “두 렙톤을 봉헌한 과부(마르 12,42)처럼 전 재산을 기부한 것도 아니라 내세울 일이 못 된다”며 “경제가 안 좋아 기부금 액수가 60~70%로 떨어졌다는 소식에 기부 시기를 앞당겼을 뿐”이라고 손사래 쳤다.
기업에 다니다 퇴직한 김재범씨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 아니다. 부인 김씨는 “남편은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이라며 “직장에 다닐 때도 미혼모 시설 등에서 봉사를 이어갔고 10여 년 전부터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한 액수가 1억 원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남편 김씨의 본격적 나눔은 가톨릭평화신문을 보고 시작됐다. “90년대 후반 신문에 실린 부모 없는 4남매 기사를 보고 1년에 세 번가량 내려가 만남을 이어왔죠. 직장에 다녔기에 쉽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남매 중 큰 아이가 장성해 동생들을 돌볼 수 있는 형편이 됐습니다.”
김씨 부부는 앞으로도 기부와 나눔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1억 원을 내기로 약속했는데 그다음은 또 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 돈을 나를 위해 쓰면 좋은 옷도 사고 여행도 다니겠지만 ‘무언가 욕심낸다고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죠. 도움받으신 분 중 성공한 이들이 장학사업에 동참하는 선순환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한편 장학기금 전달식에 함께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박경근 신부는 “기부는 잉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필요한 것을 아껴 나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김씨 부부의 기부가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만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선한 의지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