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26일 서울역 앞 지하도에서 나눔의묵상회 회원과 탈랜트 최재원(오른쪽 두 번째)씨가 노숙인들에게 닭죽을 건네며 안부를 묻고 있다. |
“뜨거운 닭죽 한 그릇 드세요.”
12월 26일 밤 10시가 조금 넘긴 서울역 앞 지하도.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에 지하도 안은 입김이 하얗게 나올 정도로 얼어붙었다. 지하 통로 한쪽에는 노숙인 30여 명이 침낭과 종이상자를 집 삼아 이른 잠을 청하고 있다. 연두색 조끼를 입은 봉사자 10여 명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죽에 김치를 얹은 그릇을 들고 노숙인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다가간다. 닭죽을 받아들고 “고맙다” 인사를 건네는 노숙인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연두색 조끼를 입은 이들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나눔의묵상회(회장 최귀자) 회원들. 서울역과 을지로 일대에서 ‘겨울철 노숙인 야간 순회’를 한지 벌써 13년째다. 이 날 봉사에는 서울 길동본당 회원들이 성당에 설치한 자판기 수익금으로 닭죽 200인분을 마련하고,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홍보대사 탤런트 최재원(요셉)씨가 함께 해 나눔의 의미를 더 했다.
최씨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이렇게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느꼈다”며 “더 많은 분이 나눔 실천에 함께하고 사랑과 관심을 보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귀자(비비안나) 회장은 “추위에 떠는 노숙인들을 찾아 따뜻한 차와 간식, 옷가지 등을 나눠주고 있다”며 “동사하는 노숙인에 가슴 아파하셨던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마음에 조금이라고 응답하고자 몇 년 전부터 봉사를 10회로 늘렸다”고 밝혔다.
나눔의묵상회는 겨울철 노숙인 야간 순회를 함께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서울 을지로ㆍ시청ㆍ서울역 일대에서 14ㆍ21ㆍ28일, 2월 11ㆍ18ㆍ25일 밤 9~11시에 진행되며, 원하는 날짜를 선택해 봉사하면 된다. 문의 : 02-727-2547
나눔의묵상회는 1985년 6월, 당시 서울대교구장이던 김수환 추기경이 “나눔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라”고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 권고하며 조직된 단체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