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정성껏 만든 마스크, 이웃 건강 챙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02월 23일]
관리자 | 2020-02-20 | 조회 1717
2020.02.23 발행 [1552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수탁 운영하는 구립 강서구 직업재활센터 내 마스크 작업장. 지적ㆍ발달장애인 40여 명이 마스크 생산 작업에 한창이다.
홍흥근(프란치스코) 관장은 “미세먼지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이 겹쳐 지난해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며 “마스크를 구하고 싶다는 전화가 하루 수십 통 걸려 오지만 생산된 마스크는 거의 관공서에 납품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의 정성으로 만든 마스크는 정부 기관과 지역 자치단체를 거쳐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전달된다.
센터가 마스크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다른 제품보다 안정적 생산이 가능한 마스크 제작으로 장애인 직업 재활을 꾀하고자 시작했다. 덴탈크린 마스크를 거쳐 KF80 생산에 들어갔고, 얼마 전부터는 KF94도 제작 중이다. KF(Korea Filter)80은 평균 입자크기 0.6μm 미세입자를 80% 이상, KF 94는 평균 입자크기가 0.4μm인 미세입자를 94% 이상 차단한다. 보건용 마스크 생산을 위해 위생 관리에도 철저히 신경을 쓴다. 작업실 입구에는 강한 바람으로 몸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청정실이 설치돼 있다. 근로인 모두는 마스크와 장갑, 작업복을 착용한다. 보호작업장이 보호와 직업 재활의 목적으로 운영되기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자동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다른 마스크 생산 공장과의 다른 점이다.
마스크 생산 과정은 복잡하지 않다. 기계가 마스크 본체를 찍어내면 근로인들이 입체적으로 모양을 잡고 끈과 코쇠를 붙인다. 특히 코쇠는 얼굴과 마스크를 밀착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숙련이 요구된다. 이렇게 생산된 마스크는 포장 작업을 거쳐 표본 채취를 통한 검사를 마치고 관공서에 납품한다. 자폐성 장애인이 다른 지적 장애인이나 일반인보다 더 꼼꼼하게 마무리 검사를 하기에 품질 역시 결코 다른 제품에 떨어지지 않는다.
코로나19 감염증으로 마스크가 귀한 몸이 되며 마스크 작업반 장애인들의 자부심도 높아졌다. 마스크반 4년차 강성우(25)씨는 “엄마가 우리 아들 잘한다고 더 많이 칭찬한다”고 기뻐했다. 코쇠 붙이는 작업이 한창인 최유선(39)씨는 “마스크를 쓰면 황사도, 바이러스도 막을 수 있다”며 방금 작업을 마친 마스크를 웃으며 건넨다. 홍 관장은 “질 좋은 마스크를 관공서에 납품하기는 하지만 중국산 마스크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마진율 또한 적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근로인들이 사회 일원으로, 직장인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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