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에도 올해 신자들은 익숙한 사순저금통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모진 박해에도 사순 시기에 예수님을 향한 신앙을 실천하는 ‘봉재’(封齋)라는 전통을 지켰고, 이 땅에 포교가 정식으로 허용된 후에는 교황의 관면을 받아 가난한 이를 위한 자선활동을 하는 ‘애긍지사’(哀矜施舍) 운동을 펼쳤다. 사순저금통은 애긍지사에서 유래했으며, 1977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전신인 ‘인성회’가 사순 시기 전국적으로 자선활동을 위한 모금 실시를 건의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발전했다. 즉, 사순저금통은 신앙 선조들로부터 이어진 유산인 셈이다.
이러한 사순저금통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이사장 황경원 신부) 부회장 조용철 신부는 “사순저금통은 성경에서 말하는 오병이어의 기적과 같다”며 “코로나19 시기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 신앙인들이 사랑으로 동참하는 삶을 실천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사순 시기: 믿음, 희망, 사랑의 쇄신을 위한 때’라는 주제로 발표한 사순 담화에서 “사랑으로 사순 시기를 보내는 것은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고통받고 있거나 소외와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고 당부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사순저금통으로 걷힌 성금은 어디에 쓰이게 될까.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의 경우, 홈페이지와 종이저금통 안내를 통해 사순저금통으로 모인 성금은 어려운 이들을 위한 교구 내 복지사업에 활용된다고 공지하고 있다. 이 외 다른 교구들도 사순저금통으로 모인 기금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활용해오고 있다.
지난해 사순저금통은 코로나19 유행으로 모금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미사 중단과 기부 감소로 사순저금통 성금이 2019년 2억1800만 원에서 5100만 원으로 약 75% 줄었다. 이에 각 교구는 사순저금통 모금을 다변화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종이저금통과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 홈페이지에서 사순 성금 모금을 병행하고, 모바일로 모금을 하는 교구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애덕의 눈으로 가난한 이들을 바라보고 존중하며, 참된 사회 통합을 이뤄야 한다”(187항)고 요청했다. 사순저금통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교구별 사순저금통으로 나눔에 동참하며 사순 시기의 의미를 되짚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