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존엄성을 지니며, 각자 능력에 맞는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천주교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 정진호 신부는 최근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나자로의 집 보호작업장’을 재개관한 의미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나자로의 집 보호작업장에서 그들은 단지 경제적 자립을 넘어 영적으로도 교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는 기회를 얻게 되죠. 그들에게 자존감과 자부심을 심어주며, 사회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는 계기가 됩니다."
‘나자로의집 보호작업장’은 1976년 3월6일 관악구 신림동에 준공됐다. 지난 2020년 7월24일 한국시설안전평가원으로부터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다. 시설 이용자들 안전이 우려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재)바보의나눔 후원을 통해 시설 이전과 리모델링이 결정됐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된 공사 끝에 관악구 신림동 시설은 문을 닫고 구로구 고척동에 리모델링한 건물이 8월28일 다시 문을 열었다.
나자로의 집 보호작업장은 중증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시설이다. 단순 복지시설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나아가 사회 일원으로 자리 잡도록 돕는 것이 이 시설의 궁극적 목표다.
장애인들이 받은 월급은 20~30만원 수준이지만 참여율이 높다.
정 신부는 "교회에서 사용하는 초나 다이소에 납품하는 문구를 만들면 단가가 몇십 원 밖에 안되는 단순 노동이라 고수익을 내기 어려워 그들에게 돌아가는 돈이 많지는 않다"며 "일반인도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기 어려운 이 세상에 장애인들에게 '여기에서 일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중요해서 참여율이 높다"고 전했다.
보호작업장은 직무 능력 개발 과정에서 장애인들의 개별적 차이를 고려해, 그들이 높은 수준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고척동 보호작업장은 기존 사업 외에도 추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확장해 장애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다.
직업훈련 뿐만 아니라 공연 체험, 난타 연주 등 예술과 문화 활동까지 포함된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했다. 장애인들의 자기 표현력과 창의력 계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호작업장 운영은 쉽지 않다. 저소득에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유지하면서 관리비, 임대료 등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신부는 "시설 운영에 안정적 자금이 필요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재정적 압박이 끊이지 않았다"며 "후원과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작업 단가가 낮아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보호작업장 재개관은 장애인들에게 안정적 일자리 제공에 의미가 있다. 재개관한 보호작업장 축성식에 정 신부를 비롯해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부회장 김원호 신부, 16지구장 이승철 신부, 고척동성당 주임 한상웅 신부, 바보의나눔 상임이사 김인권 신부 등 천주교 관계자들과 문헌일 구로구청장, 후원업체 대표 등 지역사회 관계자들 200여명이 참석했다.
정 신부는 "천주교 교회가 재정을 부담해 그 집을 마련하고 재개관해서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상징적인 날"이라고 보호작업장 재개관 의미를 설명했다.
새로운 보호작업장은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에 냉난방, 현대식 화장실과 작업장,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보호작업장 운영에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장애인 노령화다. 현재 장애인 부모가 자녀를 작업장에 데려오고 있다.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연령대는 30대와 40대다. 그들이 고령이 되면 신체적 기능 저하로 일자리를 통한 자립은 더 어려워진다.
정 신부는 "옛날에는 부모가 장애인 자녀보다 더 오래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장애인 고령화가 되면서 부모가 자녀보다 먼저 돌아가시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며 "장애인들이 부모도 가족도 없이 외로이 혼자 남은 삶을 견뎌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신부는 사회가 발달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여주길 바랐다.
"한국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발달 장애인들 특히 그 부모들이 가장 지금 마음 아프게 바라보는 것이 '내가 죽은 다음에 이 자식의 미래에 대해서 과연 누가 책임져 줄 것인지'가 가장 큰 아픔이고 고민이에요. 우리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장애인에게 좀 관심을 가져주고 고령 발달 장애인의 주거 환경까지 만들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이수지 기자 suejeeq@newsis.com